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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식물도 자는 시간 있다? ‘식물의 하루 리듬’ 관찰기

1. 빛의 주기와 식물의 ‘행동’ 변화

우리가 아침에 눈을 뜨고, 밤이 되면 잠드는 것처럼, 식물도 빛에 따라 하루 주기를 갖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은 식물이 햇빛이 있어야만 자란다고 알고 있지만, '빛의 변화'에 따라 행동을 바꾸는 존재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현상은 학계에서는 ‘식물의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이라 부른다. 실제로 필자가 키우는 무늬 몬스테라는 매일 아침 8시 무렵 창가에 햇살이 들기 시작하면 잎이 천천히 위로 펼쳐지기 시작하고, 오후 6시 이후 햇빛이 사라지면 서서히 잎을 아래로 떨구며 ‘잠드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빛이 없으면 광합성을 멈추기 때문에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 ‘쉰다’는 개념이다. 심지어 어떤 식물은 빛이 일정 주기로 들어오지 않으면 혼란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도 보인다. 마치 우리가 시차를 겪는 것처럼. 일반적인 정보 사이트나 커뮤니티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는 이야기지만, 식물도 고유의 생체시계를 갖고 있으며, 이 리듬은 식물 건강과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식물도 자는 시간 있다? ‘식물의 하루 리듬’ 관찰기

2. 식물의 ‘수면 행동’: 오므리는 잎, 늘어지는 줄기

그렇다면 식물이 실제로 자는 걸까? 과학적으로 말하면, 식물은 인간처럼 뇌가 있는 수면은 아니지만, 분명히 밤에는 활동을 줄이고 에너지를 저장하는 ‘휴면 상태’로 진입한다. 가장 대표적인 행동이 바로 ‘잎을 오므리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상, '마란타', '칼라데아' 같은 식물은 밤이 되면 잎을 위로 세워 마치 기도하는 듯한 자세를 취한다. 반면, 몬스테라나 스킨답서스는 잎 끝이 아래로 처지며 탈수 상태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건 걱정할 필요 없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잎의 자세 변화’가 단순한 물리적 반응이 아니라, 세포 단위의 수분 이동과 압력 조절에 따라 일어난다는 점이다. 줄기에서 잎으로 이동하는 수분 흐름이 저하되며, 식물 스스로 낮 동안 축적한 에너지를 저장하는 모드로 전환하는 것이다. 특히, LED 조명을 사용하는 실내 환경에서는 이 리듬이 왜곡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무작정 24시간 조명을 켜 두는 것이 결코 식물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야간 휴식’ 시간도 필수적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3. 시간대별 관찰기: 식물의 하루는 이렇게 다르다

필자는 ‘식물도 감정을 갖는다’는 말에 회의적이었지만, 식물의 하루를 시간대별로 관찰한 뒤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매일 오전 8시, 정오, 오후 6시, 밤 10시 같은 고정된 시간에 사진을 찍어 보관해 보면 놀라울 정도로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오전에는 잎의 광택이 강하고, 수분이 잘 머금어진 팽팽한 느낌인데, 오후에는 다소 지친 듯 잎이 축 처지거나 끝이 살짝 말려있다. 밤 10시쯤 되면 일부 식물은 잎이 서로 맞닿게 오므라들며, 광합성 세포가 거의 활동을 멈춘 상태로 진입한다. 이처럼 정적인 존재로만 인식되던 식물도 하루 동안 충분히 ‘행동한다’는 사실은 꽤나 감동적이다. 게다가 이러한 리듬은 단순한 시각 변화에 그치지 않고, 성장 속도, 꽃 피는 시기, 해충 저항력까지 영향을 준다. 만약 여러분이 반려식물을 건강하게 오래 키우고 싶다면, 단순히 물과 햇빛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그 식물만의 하루 리듬을 이해하고 맞춰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간과 식물의 조화는 그저 인테리어를 넘어 ‘서로의 시간대를 존중하는 관계’에서 출발한다는 걸 잊지 말자.